포용적 디자인: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세상은 어떻게 여성을 배제해 왔나
만약 여러분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어떨까요? 운동화부터 충돌 테스트 더미, 수술실에 이르기까지. 새 책 Man-Made에서 Karen Korellis Reuther는 디자인이 오랫동안 여성을 간과해 온 방식을 짚어내며, 이를 바로잡는 일이 어떻게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수십 년 동안 세상은 '평균적인'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새 책 Man-Made (Harper Business, 2026년 7월 7일 출간)에서 디자이너이자 교육자, iF 심사위원장이며 Nike와 Reebok의 전 크리에이티브 임원인 Karen Korellis Reuther는 이러한 평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았으며,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녀는 포용적 디자인이 단순한 윤리적 과제를 넘어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이기도 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본 내용은 FUTURE OF XYZ 시즌 8, 에피소드 11에서 발췌되었습니다.
Karen, 책 제목이 Man-Made입니다. 오늘날 디자인의 맥락에서 'man-made'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제가 말하는 'man-made'란 주로 남성이 설계하고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을 의미하며, 종종 여성을 배제해 온 세상을 뜻합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입는 제품, 사용하는 도구, 오가는 공공 공간, 그리고 일상 속에서 우리의 몸을 둘러싼 시스템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각지대를 가진 환경을 물려받았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입니다.
여성을 위한 디자인은 공정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성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억 명을 차지합니다. 여성의 신체와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제품, 공간,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거대한 시장을 외면하는 셈입니다. 저는 종종 "여성에게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you can bank on women)"라고 말합니다. 디자인에서의 성별 다양성은 누가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아 있는가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구를 위해 디자인하는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업이 여성을 사용자, 고객, 의사결정자로 진지하게 고려할 때,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 기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디자인에서 성별 편향은 어디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나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로는, 남성의 발 형태를 기준으로 설계한 운동화를 단순히 "크기만 줄이고 분홍색으로 바꿔" 여성용으로 판매하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여성이나 소녀를 대상으로 마케팅되는 제품이 더 비싸면서도 성능이나 보호 기능은 개선되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훨씬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맞지 않는 경찰 제복, 여성의 신체를 고려하지 않은 보호 장비, 여성 외과의사를 위해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 수술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된 충돌 테스트 더미, 여성 해부학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심폐소생술(CPR) 교육용 마네킹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사소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안전과 건강, 나아가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평균적인 신체'는 디자인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신화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문제는 '평균'이 결코 진정한 의미의 '평균'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 공군은 조종석 설계를 위해 수천 명의 조종사를 측정하여 ‘평균적인 조종사’를 찾으려 했으나,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분야는 계속해서 이 '정상적인 신체'라는 개념에 의존해 왔습니다. 많은 경우 여기서 말하는 '정상'은 곧 '남성'을 의미했습니다. 남성 평균을 기준으로 설계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 기준에 적응해야 합니다. 제 주장은 간단합니다. 하나의 기준이 모두에게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Nike와 Reebok에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는 등 스포츠웨어 업계에서 25년간 일하셨습니다. 그 경험은 성별과 디자인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주었나요?
그 경험은 남성의 신체가 디자인 기준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스포츠웨어 업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혁신했지만, 여전히 남성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항상 같습니다. "남성의 몸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여성의 몸도 보호하고 있는가?", "이 신발은 정말 여성의 해부학적 특성에 맞춰 설계되었는가?", "이 장비는 여성의 성능과 안전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가?"입니다. 돌이켜보면 여성들이 회의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정을 문제 삼을 만큼 충분한 권한이나 자신감, 데이터가 없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디자이너들이 처음부터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랍니다.
책에서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방법으로 '백캐스팅(backcasting)'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왜 중요할까요?
전통적인 예측(forecasting)은 현재의 추세를 살펴보고 이를 미래로 연장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관행 자체가 문제라면, 예측은 우리를 기존 시스템 안에 가둬둘 수 있습니다. 반면 백캐스팅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미래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신체를 고려해 설계된 환경을 목표로 설정한 뒤,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정책, 디자인 결정이 무엇인지 역으로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한 강한 긴급성을 느낍니다. 세상이 오랫동안 남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그것이 사실인지 논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는 더 나은 미래를 정의하고 더 빠르게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날 정치적 환경에서는 포용성과 다양성이라는 용어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에게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측정의 문제입니다. 여성의 손은 다르고, 목 근육 구조도 다르며, 골반 구조도 다릅니다. 엉덩이에서 무릎, 발목까지 이어지는 각도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신체는 제품과 공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온도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온도 전쟁(thermostat wars)'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신체가 열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포용적 디자인은 철학적 논의가 아닙니다. 인간의 실제 모습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디자이너, 기업,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모두에게 역할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환경과 제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문제를 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다른 방식으로 발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의뢰서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기준에 도전하며, 처음부터 더 다양한 신체를 고려해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더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성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옹호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여성은 여성의 존재를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제품, 더 안전한 공간, 더 스마트한 시스템을 원한다면 여성은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참여해야 합니다.